뇌의 작동 방식
우리의 뇌는 항상 예측하고 예측과 경험(감각)을 비교하며 무의식 안에 잠재되어 있는 패턴과 비슷한 양상을 찾아 경험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만드는 무의식적인 일을 언제나 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보이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뇌가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유사하게 그린 세상이다. 감정도 같은 원리다. 감각을 통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뇌가 지각과 동시에 무의식 안에 내재되어 있던 믿음을 근거로 해서 뇌가 만든 감정이다. 이렇듯. 뇌의 생물학적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나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본이 된다.
기억의 저장 방식
기억도 같다. 경험이 없으면 지각할 수 없고 지각을 할 수 없으면 기억도 없다. 기억이 없다는 것은 모든 일을 결정할 때 판단 기준이 없어서 적합한 감정도 일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행동도 하기 힘들다.
기억이란 우리가 했던 경험에 강한 감정이 일어났을 때, 반복적으로 했던 행동이나 생각, 환경에서 받은 강한 기억이 뇌에 빠르게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의식들이 모여 나의 믿음을 형성하는데 우리는 모두 각자의 믿음에 따라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하며 살고 있다. 이렇듯 기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현실을 내 기분에 맞춰서 내 마음대로 왜곡시켜 기억한다.
경험이 삶에서 차지하는 것
사람은 자신의 경험만큼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우리는 이 수많은 경험 중에서 지금의 내가 품고 있는 이야기적 문맥과 맞는 사건이나 경험,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기억을 꺼내 온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꺼내 놓는 기억이 나의 정체성과 고유성, 개별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이야기의 모든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한다. 이러한 개개의 사건은 이미 우리가 무의식 안에 품고 있는 이야기적 문맥에 맞게 의미가 부여된다. 이렇게 엮어 만든 이야기가 바로 나다. 나를 이루는 세계가 곧 기억이고 기억은 이야기다.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가 삶에서 차지하는 것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경험 자체가 아니라 경험으로 인해 만들어진 이야기, 그 이야기에 우리가 부여한 의미다.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나의 이야기를 돌아봐야 한다. 이야기에 부여한 의미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경험한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우리가 기억에 부여한 의미는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기억을 바꿀 수 있는 첫 작업이다.
인생의 의미도 기억이 제공한다. 살아갈 의욕도, 살아가는 행복도, 절망과 괴로움까지도 모두 기억이 만들어낸다. 기억이 없으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평가나 감정도 없다. 행복도 불행도 내가 기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삶에서 기억이 갖는 힘
인간관계도 일도 기억이 기본이다. 누구와 어느 정도로 얽힐 것인지를 생각할 때, 상대와 관련된 기억을 참조한다. 그 기억에 따라 우리는 관계의 깊이를 결정한다.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기억에 의존하여 관계 방식을 정한다. 기억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관계에서나 일에서 이를 활용할 수 없다. 기억이 정돈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사용할 수 없다. 기억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얽혀 있는 기억을 풀어주는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기억이 희미하다는 것은 기억이 얽혀 있음을 말해준다. 과거의 안 좋았던 일이기에 꺼내기 싫은 마음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우리는 나쁜 기억을 꺼내지 않고 얽혀 있는 기억을 풀 수 없다. 어떤 사건의 기억들은 다양한 사건의 기억들과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덮고 산다는 것은 미래까지 덮는 행동으로 우리의 미래는 과거 기억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기억은 각각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시점으로 음미되는 것이 아니다. 회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 자기 자신의 심리 상태가 과거를 돌아보는 방식을 결정한다. 기억은 과거 뿐만아니라 현재의 자신까지도 고스란히 비춘다. 지금의 자신이 바뀌면 과거의 기억도 바꿀 수 있다. 과거의 기억을 바꾸면 지금의 자신도 바꿀 수 있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무의식중에 배어 있는 인지 왜곡을 깨닫고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지가 바뀌면 살아가는 세계가 바뀐다. 과거란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 주관적 의미 부여다. 부정적인 기억이 떠오르면 긍정적으로 의미 부여를 하자. 기분이 바뀌면 기억이 바뀐다. 좋은 기억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리운 장소, 추억의 물건, 보고 싶은 사람을 사진으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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