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신경)을 껐더니 잘 풀리기 시작합니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활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도 꿈꿀 수 없다. 미래는 과거의 사건을 토대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의외로 비슷한 상황이나 경험을 마주칠 때가 많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과거는 우리에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제공해 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보통 사람은 안 좋았던 과거의 일을 끝없이 후회하고 되새기며 삶을 살고 성공한 사람은 안 좋았던 기억에서 지혜나 교훈을 찾아 지금의 삶에 적용해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이 단순한 차이가 어찌 보면 삶의 질을 결정하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를 추억하기가 싫어진다.
과거를 다시 떠올리기 싫다는 것은 내 삶의 일부를 지우고 싶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기억의 일부분만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다. 내 맘대로 내가 채운 기억이지만 지우는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게 기억이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후회스러운 과거도 제대로 마주하고 정리하면 긍정적인 의미로 내 삶의 거름이 될 수 있다. 불쾌한 기억에서 위안도 얻을 수 있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과거로부터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찾고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질이 달라진다. 기억이란 정말로 주관적이며 눈앞의 현실을 나의 기분에 맞춰서 내 멋대로 왜곡시킨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기억 속의 과거는 대단히 주관적으로 채색되어 있다.
똑같은 걸 보고도 사람마다 기억이 다른 이유는 기억하는 사람의 기분과 일치하는 감정의 장면이 기억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서로의 감정에 따라 다른 부분이 뇌에 저장되는 것과 같다. 이는 우리 뇌의 작동 원리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 뇌는 기분과 일치하는 사건이나 스토리를 더 잘 끌어당기고 쉽게 뇌에 새긴다. 즐거운 기분일 때는 즐거운 에피소드가 떠오르고 불괘한 기분일 때는 안 좋은 에피소드가 떠오르기 쉽다. 평소에 불만이 많은 사람의 심리 메커니즘을 보면 안 좋은 에피소드만을 입에 올리는 습관이 있고 그로인해 부정적 기억만 소환되고 다시 안 좋은 기분이 항상 지배적인 안순환의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 고유성은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나다움을 잘 나타내는 에피소드 형태로 내 기억 속에 보존되어 있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살고 있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과거 경험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그것을 이야기할 때 연상되는 것은 자신이 지금 품고 있는 이야기적 문맥과 모순되지 않는 사건이나 경험에 한정된다.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지만 각각의 사건은 이미 우리가 품고 있는 이야기적 문맥의 틀에 따라 의미가 부여되고 개인의 역사에 덧붙여진다. 이야기적 문맥 없이 우리 자아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자아란 이야기이며, 우리의 정체성은 이야기로 보증되는 것이다. 즉 자아란 이야기이며 자아의 탐구는 자기 이야기의 탐구다.
인생의 의미도 기억이 제공한다.
살아갈 의욕도, 살아가는 행복도, 절망과 괴로움을 느끼는 것도 모두 기억이 만들어 낸다. 행복도 불행도 기억하기 나름이다. 기억이 없으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평가나 감정도 없다. 기억이 흐릿하다는 것은 안 좋은 기억을 소환하지 않아서다. 기억은 다양한 사건들이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어서 나쁜 기억이라고 꺼내지 않으면 우리의 기억은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무의식중에 안 좋은 과거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그러면서 우리의 기억이 흐려지고 나중에는 그 시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모두 삭제되기도 한다. 이는 내 삶이 붕괴되는 것과 같다.
인간관계도 일도 기억이 기본이다.
누구와 어느 정도로 얽힐 것인지를 생각할 때는 상대에 따라 에피소드 기억을 참조하게 된다. 에피소드 기억을 활용함으로써 눈앞의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하면 좋을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에피소드 기억에 의존하여 관계 방식을 정한다.
또한 에피소트 기억을 힌트로 자신의 태도를 조정할 수도 있다. 과거의 사건을 되돌아보는 습관이 없고 기억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활용할 수 없고 관계 방식도 빗나가게 된다. 공부든 일이든 지금까지의 기억에 의해 대응 자세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기억에 의해 지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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